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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

일본 생활 I 우울증 진단 그리고 일본에서 휴직을 결정하다

우울증을 진단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일본 생활 I 일본 5년차 직장인, 그리고 우울증 진단 - https://maywithtwocats.tistory.com/m/59

일본 생활 I 일본 5년차 직장인, 그리고 우울증 진단

일본 직장 생활 5년 차에 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일본유학 후에 일본기업에 취업한 케이스가 아닌, 한국 대학을 졸업 후 일본기업에 바로 취업한 케이스이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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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월)
휴직을 결심하다



휴직을 결정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래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경과를 지켜본 다음에 나아지지 않으면 회사와 상담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은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 라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다음 날 바로 인사담당자와 상담을 했다.

나의 현재 상황인 무기력, 식욕부진, 불면증 등에 대해 설명했고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일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인사담당자도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먼저 산업의*와 의 상담을 권유했다.

*산업의(産業医)
회사에 소속된 의사
회사 내 의무실에 상주하며 직원들을 진료함


2023.06.20 (화)
산업의와 상담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하여 산업의와 상담을 진행했고, 당장이라도 휴직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말씀하셨다.

회사의 휴직 절차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정말 좋은분이셨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근속연수가 5년 미만일시 최대 9개월, 5년 이상일시 최대 1년까지 휴직이 가능하다.

나는 4년 조금 넘게 다녔기 때문에
최대 9개월간 휴직이 가능하다.

다만 9개월 동안 계속 정기적으로 주치의의 진찰을 받아야 하며 그때 그때 진단서를 제출해야한다.




2023.06.22 (목)
멘탈클리닉
두번째 상담



저번주에 처방받았던 약을 다 먹었기 때문에 주치의의 진단서도 받을 겸 두 번째 상담을 받았다.

여전히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새벽 3-4시쯤에 눈이 떠진다고 말했다.

그때 주치의에게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일어났을 때 되도록 시계를 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그때 시계를 보게 되면 다시 자야하는 의무감에 오히려 잠이 달아날 수 있어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

항상 일어나자마자 시계부터 보고
“다시 자야 해!” 하는 강박관념에 푹 잘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부터 시계는 치우고 자야겠다.
⏰✖️

또한 수면제의 용량을 늘리는 것을 제안받았으나,
약간 거부감이 들어서(의존하게 될까 봐..) 용량은 예전과 그대로 처방받았다.

하지만 이번주에도 너무 못 자면 용량을 늘려봐야겠다.

우울증에는 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디.

그리고 휴직신청을 위한 중요한 서류인 진단서도 발급 받았다.

진단서 발급료는 보험적용이 안 돼서 생각보다 (아주 많이) 비쌌다..
참고로 그 진단서 한 장 받는데 5,500엔 이나 들었다 ㄷㄷ

첫 진단서는 3개월치를 받았다.

만약에 9개월 다 채워서 휴직을 하려면 3개월치 진단서를 3번 받아야 한다.

물론 그 기간 전에 회복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첫 주 복용 후 눈에 띌만한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부작용을 완화시켜주는 약을 제외한 2가지 종류의 약만 처방받았다.

일주일치 처방받은 약



1. 항우울제(抗うつ剤)
2. 수면도입제(睡眠導入剤, 수면제)

일본은 한국처럼 약봉지에 하루치가 들어있지않고 약이 들어있는 채로 그 갯수만큼 잘라서 준다.

좌측부터 몽블랑, 멜론 쇼트케이크 그리고 푸딩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기분전환 겸
케이크 가게에 들렀다.

멜론 쇼트케이크 한 조각에 500엔이 넘었는데 평소 같으면 비싸서 절대 사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날은 뭔가에 씌였나보다ㅋㅋ

케이크는 역시나 맛있어
(오이시-👍🍈🍰 )



2023.06.23
휴직 전 마지막 출근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에 휴직 준비와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마지막 출근을 했다.

이 날은 산업의, 직속상사, 인사담당자, 본인 이렇게 4명이 동석(同席)했다.

휴직을 위한 서류 작성과 진단서 제출 등의
서류절차를 마쳤다.

그리고 직속상사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진행했고 퇴근시간이 되어 회사 노트북을 반납했다.

직속상사는 최근 팀원 전체가 재택근무 중이라 메이상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눈치채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말을 듣고 조금 울컥했었다..🥲

퇴근길에는 노트북을 반납해서 그런지
내 가방도,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또 마음 한편으로는 일을 떠맡고 도망간 것같아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마냥 후련하지는 않았다.

긴자의 밤풍경 (글과는 무관하다)




퇴근버스를 타고 그동안 일본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4년간의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날 퇴근길의 쌀쌀한 여름밤의 공기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일본은 스위츠 천국이다


이날도 그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근처 역에 들러 녹차 파르페를 시켰다.

이것도 평소에 잘 사 먹지 않는데 요즘은 뭐에 홀린 듯 단것만 계속 먹는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식사 대신 먹는다는 것..
(요즘 입맛이 없어 식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거라도 목구녕에 들어간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다음 주부터 휴직에 들어가게 된다.

다음 편부터는 회사를 쉬면서 느낀 점 등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