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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

일본 생활 I 일본 5년차 직장인, 그리고 우울증 진단


일본 직장 생활 5년 차에 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일본유학 후에 일본기업에 취업한 케이스가 아닌, 한국 대학을 졸업 후 일본기업에 바로 취업한 케이스이다.
 
즉, 일본에 아는 친구나 친척 그 아무도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2년 전 코로나가 터지면서 회사는 전면 재택근무로 바뀌었다.
 
처음엔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니 내 시간도 생기고 마냥 좋았다.
 
하지만 이게 2년간 지속되다 보니 사람이 외로워서 미쳐버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일본도 전체적으로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출근하는 비율이 올라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내 부서는 딱히 출근을 하지 않아도 회사 네트워크와 노트북만 있으면 일이 가능한 환경이다.
 
그래서 부서사람들 모두 전면 재택근무 중이다. 음.. 회사는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또한 회사사정이 많이 안 좋은지 요 근래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직원들 교통비, 전기세, 오피스 축소로 인한 임대료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히 회사입장에서는 아주 유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좁은 원룸에서 히토리구라시(一人暮らし, 혼자서 자취) 중이다.
물론 고양이도 있다.
 
좁은 원룸에 업무용 책상과 침대가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나도 모르게 초과근무를 하게 된다. 재택근무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기본적으로 재택근무 시 잔업신청은 금지되어 있었기에
 
나는 하루평균 2시간 정도 서비스 잔업을 하고, 저녁 8시쯤 일이 끝나면 업무용 책상에서 저녁밥을 먹고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의 침대로 몸을 던져 눕는 것이 하루의 전부다.
 
즉 평일은 장 보러 갈 때 빼고 나가지 않는다.
 
이 생활이 2년간 계속되다 보니 내 마음은 병들어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침대에 누웠을 때 띠링~하는 메일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또한 아침마다 노트북의 메일함을 확인하는 게 두려워서
 
노트북 근처에만 가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가 힘들었다.
 
상사와 한 달에 한번 30분 정도 개인면담을 하곤 했는데 결코 말할 수가 없었다.
 
워낙 일이 많은 데다 인원이 적은 팀이기도 하고 최근에 같은 팀의 선배가 육아휴직을 썼다.

그래서 나까지 없어지면 분명히 팀전체에게 폐를 끼칠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상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고, 그렇다고 주변에 털어놓을 사람도 딱히 없었다.
 
고양이들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지만
결국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다.
 
유일하게 일본 생활 중 마음을 열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엄마도 한국에서 2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외톨이라는 느낌에 더더욱 우울해져만 갔다.
 
또한 점점 식욕도 사라지고 일에 대한 의욕도 사라져 갔다.
 
마음속은 텅-빈 공허한 느낌었다.
 
갑자기 이유 없이 눈물이 나서 멈추질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멘탈클리닉 (일본의 정신의학과)에 전화를 하여 예약을 잡았다.
 
초진이므로 문진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직업, 잔업시간, 형제유무, 거주형태 등등
 
그리고 수면시간이나 식욕은 있는지, 스트레스 해소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나는 내가 느끼는 증상들을 열심히 기록해서 접수하시는 분께 건넸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진찰)을 받았다.
 
60대 나이의 할아버지 의사셨다.
 
요즘 재택근무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재택근무 시 직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일본정부는 아직도 소극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셨다.
 
그리고 우울증 진단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과를 보시더니 우울증인 것 같다고 하셨다.
 
일을 쉬면서 약물 복용을 병행하지고 하셨다.
 
사실 약을 먹는 건 처음이라 부작용이라던가 이것저것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여러 가지 우울증 약에 대해 파워포인트 자료로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다.
 
요즘 나오는 항우울제들은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 부작용이 적은 걸로 복용하기로 하였다.
 
약은 항우울제 하나만 처방받는 게 아니었다.
 
1. 항우울제
2. 수면유도제
3. 부작용을 완화시켜 주는 약
 
이렇게 3가지를 처방받는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부작용이 없다면
3번 부작용을 완화시켜 주는 약은 나중에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먼저 이 약이 나에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 경과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첫 진료에서는 일단 일주일치만 처방받았다.

그리고 경과를 보자며 다음 주에 내원 예약을 잡았다.




휴직에 대하여
나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게 말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
일단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진단서는 언제든지 써줄 수 있으니, 회사의 인사부서와 연락해 보고 다음 주 내원 시에 알려달라고 하셨다.

우울증으로 인한 휴직 등의 연락은 직속 상사가 아닌 인사부서에 직통으로 연락하는 게 낫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 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써보려고 한다.

- 다음 이야기 -
일본 생활 I 우울증 진단 그리고 일본에서 휴직을 결정하다 - https://maywithtwocats.tistory.com/m/60